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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에너지 절약~

18-06-0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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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구 에너지자립마을 현장 취재기 -


물이 안 나왔다. 세면대에 받아 놓은 물을 조금씩 덜어 손을 씻었다. 며칠 전부터 단수 안내 방송이 있었다. 하루가 아닌, 단 7시간뿐이라도 그랬다. 점점 줄어드는 물을 보면 마음이 불안했다. 수돗물 없는 삶이 가능할지 따위는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일상을 사는 사람의 모습이 방송에 소개됐다. 이른바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 했다. 


‘숲’ 이었다. 전기와 수도, 가스 공급이 차단된 곳 말이다. 한정된 양의 물을 썼고, 전기는 태양광으로 대체했다. 장작을 패 난로를 떼고, 집 밖에서 캔 쑥으로 음식을 했다. 많은 것을 덜어낸 곳에는 새롭게 채워지는 것들이 있었다. 문명으로부터의 완벽한 독립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성북구 석관동에 위치한 두산아파트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경비직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 및 고용안정을 이뤘다.

성북구 석관동에 위치한 두산아파트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경비직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 및 고용안정을 이뤘다.

 

자연을 소재로 하는 작은 미션도 수행했다. 피실험자로 불리는 출연자들은 제법 무난한 생활을 이어갔다. 의외였다. 이색적인 모습이 재밌기까지 했다. 자연 속에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작은 로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오직 태양광 에너지로 전기를 쓰거나, 수돗물 없이 일정 양의 물로 버티는,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모습도 마냥 신기했다. 해야 하니 하고 있었다. 비우는 삶을 통해 행복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본다는 기획 의도는 제대로 통했다. 


총 25개동인 성북구 두산아파트는 가로등과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 자동센서로 설치했으며, 급수펌프를 고효율장치로 교체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했다.

총 25개동인 성북구 두산아파트는 가로등과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 자동센서로 설치했으며, 급수펌프를 고효율장치로 교체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했다.

 

실제로 그랬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집이 나날이 늘고 있었다. 태양광은 아직은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5배 늘어났다. 


올 1분기 보급된 재생에너지는 1185.8MW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9.2MW에 비해 2.5배 증가했다. 또한 지역별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보급 규모도 301MWh로 전년 동기 대비 5.3배 늘었다.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이같이 발표했다.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된 성북구 두산아파트 주민들은 각 가정에서 에너지 10% 덜 쓰기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된 성북구 두산아파트 주민들은 각 가정에서 에너지 10% 덜 쓰기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노력은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 있었다. 재생에너지 관련 규제 완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을 꾸준히 진행했다. 재생에너지로 국민이 혜택을 보는 국민 참여형 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수립으로 정부는 본격적인 신재생 시대를 기획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도시 주택과 건물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도시형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고, 농촌 태양광 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2월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국을 신설했고, 다음 달인 3월 서울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 태양광 나눔복지 1호 사업을 착공했다. 발생한 수익금은 시설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두산아파트 100세대가 넘게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으며, 설치를 원하는 가정에서는 시의 보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두산아파트 100세대가 넘게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으며, 설치를 원하는 가정에서는 시의 보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세종과 부산에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부지를 확정, 2021년 완공할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 주도의 주민 참여형 사업모델을 적용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입지규제 등 사업 수익성을 저해하는 제도를 개선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개발 이익은 지역사회와 공유할 계획이다. 이밖에 에너지 수요관리를 강화하고, 에너지 소외계층을 지원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지자체가 있다. 에너지 절약을 통해 관리비를 줄였고, 이를 인상된 인건비로 충당해 경비원과의 상생을 실천했다. ‘에너지자립마을’로 선정된 성북구 석관동의 두산아파트 얘기다. 그곳을 찾았다.


두산아파트 경비실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의 모습.

두산아파트 경비실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의 모습.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시 지원금과 주민부담금으로 아파트 내 가로등과 지하주차장 조명을 형광등에서 LED조명으로 교체했고, 조명등은 자동센서로, 급수펌프를 고효율장치로 교체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했다. 


결과는 또렷했다. 2010년 대비 2016년 공용전기 사용량은 45%, 세대별 전기 사용량은 12.1%를 절감했다. 경비직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및 고용안정과 더불어 아파트 관리업체와의 계약에서 경비노동자 고용보장 조항을 추가했다. 


아파트 내 중앙공원에는 이곳이 에너지자립마을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시설도 있었다. 에코에너지 체험장인 이곳은 자전거타기, 허리 돌리기 등의 운동을 하면서 인간동력 발전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아파트 내 중앙공원에 있는 에코에너지체험장. 이곳에서 자전거타기, 허리 돌리기 등의 운동을 하면서 인간 동력 발전기를 체험할 수 있다.

아파트 내 중앙공원에 있는 에코에너지 체험장. 이곳에서 자전거타기, 허리 돌리기 등의 운동을 하면서 인간동력 발전기를 체험할 수 있다.

 

25개 동이 있다는 아파트 베란다 곳곳에 미니 태양광이 보였다. 가장 덥다는 경비실에 우선적으로 설치된 베란다형 미니 태양광 발전기는 시에서 보조금을 지급받아 설치할 수 있었고, 아파트 내 발전기 설치 세대는 100세대가 조금 넘었다. 


전기료 절약을 이유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세대가 늘고 있는 추세였다. 두산아파트에서는 무엇보다 경비원들의 복지와 공용전기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에너지자립마을은 각 가정의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너지자립마을로 자리 잡은 성북구 두산아파트 곁으로 중랑천이 흘러 아파트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

에너지자립마을로 자리 잡은 성북구 두산아파트 곁으로 중랑천이 흘러 아파트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

 

성북구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다채로운 노력을 이어갔다. 지난 2월, 성북절전소 공동체 워크숍을 개최, 절전소 유형별 평균 목표 설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절감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온실가스 없는 성북을 만들기 위한 우수 절전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우리 동네 절전왕 선발까지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라는 정책의 틀에 맞춘 지자체의 노력은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며 실질적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모든 에너지는 잠시 빌린 것이며 모두 돌려줘야 한다.’ 에너지 고갈문제로 다른 행성의 원주민을 공격한다는 내용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대사다. 


사실 아무도 모른다. 수도와 가스, 전기가 있는 환경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말이다. 태양광 발전기나 신재생 에너지, 모두 남 얘기 같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숲속의 작은 집’ 피실험자가 됐다 상상해 보자. 물을 받아 사용하고, 안 쓰는 코드를 뽑는 습관부터다. 나만의 에너지 절약은 작게 비우고 덜어내는 각자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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